9월에 왕이 날이군에 행차하였더니, 군민 파로란 자의 딸이 있어 이름을 벽화라 하고 나이는 16세로, 참으로 國色이었다. 그 아비가 비단과 자수로 옷을 입혀 수레에 앉히고 색깔있는 비단으로 덮어 왕에게 바쳤다. … 급기야 환궁한 뒤에 왕은 그 생각이 그치지 않아 두세 차례 남몰래 은밀히 다녀 그 집에 가서 그녀와 관계하였다. 길이 고타군을 지나게 되어 어느 노파의 집에 묵었는데, 왕이 노파에게 묻기를 “요즘 사람들은 국왕이 어떠한 임금이라고 여기는가”라고 하였다. 노파가 대답하기를 “많은 이들은 성인이라고 하지만 저만은 그것을 의심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가만히 들어보니 왕이 날이군의 여자를 사랑해 여러 차례 복장을 숨기고 온다 하니, 무릇 용이 고기의 옷을 입는다면 고기잡이의 손아귀에 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왕은 만승의 지위에 있거니와 스스로 신중하지 않으니 이러고도 성인이라 한다면 어느 누가 성인이 아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왕이 그 말을 듣고 크게 부끄러워 곧 몰래 그 여자를 맞아다가 궁궐의 별실에 두고 아들 하나를 낳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