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가을>은 홍성담의 광주5월 연작 판화의 하나로, 평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통일의 열망을 담은 판화 작품이다. 화면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열심히 추수하는 농민들의 모습이지만, 추수하고 있는 논 아래에는 총을 든 젊은이가 반쯤 몸을 일으킨 채 누워있다. 그 젊은이는 어쩌면 80년 5월에 죽은 아들인 듯 낫을 들고 추수하는 아버지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고 있다. 고개 숙인 벼가 춤을 추는 위로는 넘실대는 바닷물 가운데 연꽃이 피어있다. 연꽃 속에는 죽창을 노리개처럼 든 아이를 목마 태우고 한 아이는 업은 사람이 있다. 연화화생(蓮花化生) 하는 모습으로, 가을이 되면 수확을 하듯 모든 것이 정리되고 평화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나길 염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