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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사 - 서정주

욕(欲)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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麝香(사향) 薄荷(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어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達辯(달변)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麝香(사향) 芳草(방초)ㅅ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石油(석유) 먹은 듯…… 石油(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 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 스며라, 배암  
시적대상인 ‘뱀’은 구약에서 ‘이브를 꼬여’내었기에 원죄적 슬픔을 타고날 수밖에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몸뚱이’, ‘아가리’ 등의 표현을 통해 시적화자는 뱀의 ‘징그러운’ 모습을 인식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꽃대님’과 같은 관능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즉, ‘뱀’에서 원죄의식을 바탕으로 한 혐오와 매혹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이다. ‘돌팔매’의 몸짓은 뱀을 따라가면서도 유혹에 빠지지 않겠다는 일종의 반항이자 의지의 한 양상이다. 그러나 시적화자가 원죄에 대한 증오를 보이면서도 본능적 유혹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점 자체, 나아가 ‘스물난 색시’인 ‘순네’의 이미지를 ‘뱀’의 모습과 중첩시키는 점 등은 원초적 본능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갈등의 결과로 추측하자면 도덕적 의지를 이기지 못하고 본능에 기울어졌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 말할 수 있겠다.  
서정주, <화사>, <<시인부락>> 창간호, 1936.  
동시영, <서정주의 “화사” 분석>, <<한국언어문화>> 제17집, 한국언어문화학회, 1999. 정금철, <서정주 <화사>의 담론연구>, <<어문연구>> 제27집 3호, 한국어문교육연구회,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