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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사(花蛇)

욕(欲)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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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여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둥아리냐 꽃다님 같다. 너의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든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잃은채 낼룽그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눌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무러뜯어. 다라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 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麝香 芳草ㅅ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안해가 이브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석유(石油) 먹은 듯……石油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눌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다님보단도 아름다운 빛…… 크레오파투라의 피먹은양 붉게 타오르는 고흔 입설이다…… 슴여라! 배암. 우리순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흔 입설…… 슴여라! 배암.  
서정주의 초기작을 대표하는 시, <화사>는 관능미와 악마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뱀과 여자를 등장시켜 도덕적인 계율과 관습에 억눌려 있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표현한다. 인간으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고 그 형벌로 땅을 기어 다니면서 살아야 하는 뱀은 원죄와 관능의 상징이다. ‘꽃다님보다 아름다운 빛’을 지닌 뱀 자체가 아름다운 혐오감을 동시에 드러내는 이중적 의미의 시적 심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 뱀을 돌팔매를 쏘면서 따라가는 것은 뱀에 대한 혐오와 관능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경사를 동시에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 인간의 이면에 숨어 있는 육체적인 욕망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욕망을 억제하는 사회적 기제가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작품에서 뱀의 관능미는 ‘스물난 색시’ 순네로 환치되면서 더욱 고양된다. ‘고양이 같은 고운 입설’로 묘사되고 있는 순네의 아름다움이 요염의 뜻으로 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작품은 뱀과 이브를 등장시키면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표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서구적인 신화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권영민, [한국현대문학사1], 민음사, 2002, 607~6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