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좁은 하늘

욕(欲)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나의 하늘에도 나의 이 좁은 하늘에도 새는 날아온다. 웃처마와 아랫처마 사이의 발 남짓한 이 하늘에도 날씬한 몸 새는 날아온다. 혹이 날아오다 이내 지나가노나 사라지는 그림자야 사라지는 그림자야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그림자야 모든 사라지는 그림자는 헛될거나 새는 한가로이 지나가누나 
박용철은 자신이 처해 있는 공간의 협소함을 하늘의 협소함과 새의 자유로 대변하였다. 떠나야 하는 그에게 있어서 현실적인 장애와 구속은, 맘껏 날으려는 새에게 있어서의 처마와 처마 사이의 좁은 하늘에 상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 좁은 하늘에도 새는 날아온다’라고 하는 시인의 어조에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낙관하는 그의 내심을 읽을 수 있다. 의욕적 희망과 장애물의 마찰에서 오는 절망 그리고 다시 자유를 탐색하는 희망과 욕망의 순환, 거기서 시인이 최종적으로 만나는 것은 허무다. 날아오는가 하면 이내 지나가고 다가오는가 하면 금세 사라지는 그림자와 같은 새. 시인은 ‘사라지는 그림자야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그림자야’라고 말하면서도 다시 ‘모든 사라지는 그림자는 헛될거나’라고 의문부호를 붙여 보기도 한다. 그리고 ‘새는 한가로이 지나가누나’라고 초월적인 경지에서 관조하기에 이르고 그의 허무는 결국 관조와 연합하여 극복되고 완화되기에 이른다. 
손광은 외, [우리 시대의 시인 연구], 시와사람, 2001, 116~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