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에서 시인에게는 ‘죽어 있을 시간’과 ‘죽어 있을 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을 시간’과 ‘살아 있을 땅’이 필요하다. 시인은 ‘숨쉬는 무덤’뿐인 세상, ‘난세의 저녁 때 귀를 틀어막고 울던 시절’에서 역사의 현장으로 발을 돌리고 ‘비로소 상한 눈을 뜨고’ 희망의 꿈꾸기를 시도한다. ‘살아 있을 시간’ 동안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자신은 썩어 없어지지만 새로운 생명의 결실을 만들어 내듯이 자신도 세상 밖에서의 꿈꾸기가 아니라, 세상 안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갈망한다. 시적 화자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다가올 새세상의 주인을 기다린다. 친구와 형제와 이웃과 함께 ‘씨앗과 뿌리와 풍년가를 거느리고’ 올 ‘옥토의 새주인’을 맞으러 길 떠나기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