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흥>은 고산이 유배에서 풀려나 해남 금쇄동에서 산중 생활의 그윽함을 노래한 강호한정가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임금이 주신 은혜에 대한 찬양도 잊지 않는다.
<만흥>에 보이는 그의 미의식은 외부적으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으로 보이나, 내부적으로는 타고난 권력의지 혹은 정치적 욕망의 발로라고도 볼 수 있다. 단지 그것을 표출하는 방식이 좀 더 고차원적일 뿐이다. 즉, 작품에 내재된 ‘의도적인 닫힘’을 인지함으로써 우리는 오히려 외부적으로 표출된 그의 미의식 안에 숨겨진 정치적 욕망을 읽어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