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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들에 저 들국 다 져불것소 - 김용택

오(惡)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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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면 날마다 내 맘은 그대 오실 저 들길에 가 서 있었습니다. 이 꽃이 피면 오실랑가 저 꽃이 피면 오실랑가 꽃 피고 지고 저 들길에 해가 뜨고 저 들길에서 해가 졌지요. 그대 어느 산그늘에 붙잡힌 풀꽃같이 서 있는지 내 몸에 산그늘 내리면 당신이 더 그리운 줄을 당신은 아실랑가요? 대체 무슨 일이다요 저 꽃들 다 져불면 오실라요? 찬바람 불어오고 강물소리 시려오면 내 맘 어디 가 서 있으라고 이리 어둡도록 안 온다요. 나 혼자 어쩌라고 그대 없이 나 혼자 어쩌라고 저 들에 저 들국 지들끼리 다 져불것소.  
시적화자는 언제 올지 모르는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꽃’이 피고 지고 ‘해’가 뜨고 지는 것을 통해 기다림의 시간이 꽤나 길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가을에 피는 ‘들국’이 질 것을 걱정하는 것은 곧 추운 겨울이 다가옴을 의미한다. ‘찬바람’과 시린 ‘강물소리’는 지금의 기다림보다 더욱 힘든 기다림이 될 것을 예측하게 해준다. 다시 ‘들국’이 피기까지는 한해 혹은 그 이상을 더 기다려야할지도 모르는 ‘부정적’인 상황이다. 시적화자는 자신을 기다리게 만든 ‘그대’에 대한 원망을 사투리를 통해 직접적이면서도 실감나게 드러내고 있다.  
김용택, <<집>>, 시인생각,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