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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시와 정신적 삶

오(惡)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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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한 대도시인들의 정신적 태도는 형식적 측면에서 속내 감추기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무수한 사람들과의 쉴 새 없는 만남에 대해서 매번 내적인 반응을 보여야 한다면 – 만나는 사람 거의 대부분을 알고 그와 긍정적인 관계를 갖게 되는 소도시라면 몰라도 – 사람들은 내적으로 완전히 해체되어 상상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혹은 이러한 심리학적 사정 때문에, 혹은 대도시 삶에서 스쳐 지나가는 요소들에 대해 당연히 갖게 되는 불신 때문에, 우리는 그처럼 속내 감추기의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우리는 여러 해 동안 이웃들의 얼굴조차 알지 못하고 지낼 수 있으며, 또한 소도시 주민들이 보기에 차갑고 감정도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내가 잘못 알고 있지 않는 한, 외적으로 속내를 감추는 이러한 태도 속에는 단지 냉담함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식하는 것보다 더 자주 은밀한 반감, 상호 적대감과 반발심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심적 상태는 어떤 계기에서든 가깝게 접촉하는 순간 당장 증오와 투쟁으로 번질 수 있을 것이다.  
 
게오르그 짐멜, 김덕영·윤미애,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새물결, 2005,43쪽.  
게오르그 짐멜, 김덕영·윤미애,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새물결, 2005,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