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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비통한 기욕(祈慾)

오(惡)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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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가도다, 가도다, 쫓겨 가도다. 잊음 속에 있는 간도와 요동 벌로 주린 목숨 움켜쥐고, 쫓겨 가도다. 진흙을 밥으로 해채를 마셔도, 마구나 가졌더면 단잠은 얽맬 것을- 사람을 만든 검아, 하루 일찍 차라리 죽음 목숨 뺏어가거라! 아, 사노라, 사노라, 취해 사노라. 자폭 속에 있는 서울과 시골로 멍든 목숨 행여 갈까, 취해 사노라. 어둔 밤 말없는 돌을 안고서 피울음을 울더면 설움을 풀릴 것을- 사람을 만든 검아, 하루 일찍 차라리 취한 목숨 죽여버려라! 
이 시는 이상화의 <가장 비통한 기욕>이다. “기욕”은 “기원”으로 바꾸어 적는 것이 옳을 듯하다. “간도이민을 보고”라는 부제를 붙여서 <개벽> 1925년 1월호에 발표한 작품이다. 살길을 잃고 간도로 쫓겨 가는 동포의 참상을 다룬 시 가운데 항변의 어조가 특히 격렬하다. 그때까지 시에서 사용하지 않던 말을 등장시켜 현실 인식을 절실하게 했다. “해채”는 시궁창이라는 말이다.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다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그런 처지가 되어 비통하게 신음했다. 둘째 연에서는 그래도 남은 울분을 국내에서 방황하는 자기 심정에다 걸어 토로했다. 앞뒤 연의 형식이나 구성은 거의 같게 해서 고통의 동질성을 분명하게 나타냈다.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검”이라고 일컬은 신령에게 차라리 생명을 빼앗아가라고 한 자학으로 끝맺어도 극단적인 언사가 과장은 아니다. 서울로 시골로 방황하던 발걸음을 돌려 자기 고장으로 향하니 나라를 빼앗긴 분노가 다시 절감되고 있다. 
조동일, [한국문학통사5:근대문학 제1기], 지식산업사, 2005, 163~1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