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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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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건너가더니만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단발 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 소녀가 던지 조약돌을 내려다 보았다. 물기가 걷혀 있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 날부터 좀더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는 날이 계속될수록 소년의 가슴 한 구석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자리 잡는 것이었다. 주머니 속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소년과 소녀의 관계에서 적극성을 보인 것은 소녀였다. 소녀는 소년의 관심을 끌기위해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있기도 하고, 소년에게 조약돌을 던지기도 한다. 그런 소녀가 소년은 싫지 않다.
둘은 산 너머로 소풍을 가고,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게 된다. 원두막에서 함께 비를 피하고, 소녀를 업고 물이 불어난 도랑을 건넌다. 소녀가 보이지 않자 소년은 소녀를 찾아다닌다. 소녀의 이사소식을 들은 소년은 소녀에게 주기 위해 호두서리를 한다.
소녀와 만날 약속을 하지 않았던 소년, 이사 소식을 듣고 찾아가야 하나 생각을 하다 잠이 들던 그 날 저녁, 소녀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소녀는 자신이 소년과 소풍을 갔을 때 물들었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이는 소녀가 소년과의 추억을 간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황순원, [소나기] 
황순원, [소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