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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스를 수 없는 운명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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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아직 봄이 오기 전, 보는 사람마다 성기의 회춘을 거의 다 단념하곤 하였을 때, 옥화는 이왕 죽고 말 것이라면, 어미의 맘속이나 알고 가라고 그래, 그 체장수 영감은, 서른 엿서 해 전 남사당을 꾸며 와 이 [화개장터]에 하룻밤을 놀고 갔다는 자기의 아버지임에 틀림이 없었다는 것과, 계연은 그 왼쪽 귓바퀴 위의 사마귀로 보아 자기의 동생임이 분명하더라는 것을, 동정하노라면서, 자기의 왼쪽 귓바퀴 위의 같은 검정 사마귀까지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나도 처음부터 영감이 [서른 여섯 해 전]이라고 했을 때 가슴이 섬짓하긴 했다. 그렇지만 설마 했지, 그렇게 남의 간을 뒤집어 놀 줄이야 알았나. 하도 아슬해서 이튿날 악양으로 가 명도까지 불러 봤더니 요것도 남의 속을 빤히 듸려다나 보는 듯이 재줄 대는구나, 차라리 망신을 했지.”
옥화는 잠깐 말을 그쳤다. 성기는 두 눈에 불을 켜듯한 형형한 광채를 띠고, 그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또 모르지만 한번 알고 나서야 인륜이 있는듸 어찌겠냐.”
… “어머니 나 엿판 하나만 마춰 주.”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화개장터에 터를 잡고 있는 옥화네 주막에는 옥화와 아들 두 식구가 살고 있다. 아들에게 붙은 역마살을 없애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다가 체장수의 딸과 결혼을 시켜 역마살을 없애고자 한다. 그러나 체장수의 딸이 혈육임을 알게되고, 아들 ‘성기’는 운명에 순응하는 선택을 한다.  
김동리, [역마] 
김동리, [역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