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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을 이루고자 하는 노인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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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골목길을 내려갔다. 한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혼자 남겨진 노인은 또 다른 사랑(행복)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 노인은 리어카를 끌고 뛰다시피 골목을 내려갔다. 따뜻한 날씨가 고마웠다. 전철역도 있고 지하도도 있었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노인의 집은 여전히 많았다. 
노인은 한 소녀(연주)에게 밑도 끝도 없는 호의를 베풀다가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준다. 연주가 어떤 인간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단지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노인은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는다. 노인에게는 집이 있고, 돈이 있다. 필요한 것은 ‘가족’이었다. 연주와 연주가 데리고 온 아이들로 인해서 노인이 생각하는 ‘가족’이 완성된다.
노인에게는 만족이지만, 노인과 아이들이 연출하는 상황은 한마디로 주객전도의 상황이다. 연주와 아이들은 노인의 삶에 빌붙어 기생하는 기식자들이다. 급기야는 철거되는 집에서 나와 새로이 집을 구하기 위해 모아두었던 돈까지 아이들에게 빼앗기고, 아이들은 노인을 떠나간다. 그렇지만 노인에게는 아직 많은 것이 남아있다. 노인은 새로운 ‘가족(사랑)’을 찾을 것이다. 
백가흠, 「매일 기다려」, 『문학들』, 2007, 봄. 
차미령, 「바깥의 시선에서 안의 감각으로」(해설), 백가흠, 『조대리의 트렁크』, 창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