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그들에게는 벌써 정신의 이상한 변화를 깨닫게 되었다. 어쩐지 이양의 집을 찾아가고 싶고 가고 싶어 못 견뎌도 발이 멈칫멈칫해지는 안군의 마음. 안군이 온 기색을 알면 장지에 바늘구멍을 송송 뚫고 몰래 내다보고 싶은 이양의 마음. 어째서 두 마음들이 요동치는 줄은 그들도 분명히 의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날이 가고 달이 가서 쓀-보면 짜증나고 보면 든든하고 가슴이 콩닥거리고 얼굴이 확확 달고 밤이면 잠 못 자고 하는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벌써 늦었다. 병은 연애의 제 2기에 들고 말았다. 그러나 두 소년소녀에게는 마음먹은 바를 주고받고 하지도 못하였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