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욕구는 사회라는 연결고리에서 감정에너지를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접점들이다. 사랑의 경험은 가치라는 물음에 대답을 주기 때문에 현대에서 사랑은 ‘사회적 가치’를 생산해주고 안정화하는 능력을 구사한다. 악셀 호네트가 보여줬듯, 사랑은 인정, 곧 심리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인정의 과정을 만들어주는 패러다임이다. 사랑은 결코 사적이기만 한 게 아니다. 또 공적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심리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며, 사적인 동시에 공적이고, 감정이자 곧 의례인 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자아는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다. 그러니까 분명한 점은 현대의 에로스 관계 혹은 낭만적 사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자아, 곧 자아의 감정과 내면이며, 무엇보다도 이런 감정과 내면이 타인에게 인정받는(혹은 인정받지 못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