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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의 침묵 - 한용운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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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떠나간 님을 대상으로 하여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고 있다. 이별 후의 고통과 슬픔을 드러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또 다시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이별 그리고 이별 후의 슬픔을 노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희망과 만남을 확신으로까지 전개되는 시적 진술이 이뤄지고 있다.
즉, 사랑하는 님에 대한 연정을 품었기에, 이별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시적 화자의 연정이 클수록 이별의 고통이 더욱 큰 것인데 위의 시에서는 이별의 감정이 재회와 희망의 모습으로 확장되며 긍정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시적 화자는 단순히 이별의 고통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이별을 통해 만남을 이루는 소멸과 생성의 변증법적 원리를 바탕으로 다시 만날 수 있고 그에 대한 희망이 능동적으로 작용함으로서 종반에 가서는 기쁨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고 해석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별과 사랑의 감정이 종교적인 차원으로 승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있기까지 하다. 
한용운, 『님의 침묵』, 하서, 2005. 
조장기, 「한용운의 『님의 침묵』 연구 : 주로 문체론적 접근」, 숙명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