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말하지 않는 말, 아침에 단잠을 깨우듯 눈부셔 못 견딘 사랑 하나 입술 없는 영혼 안에 집을 지어 대문 중문 다 지나는 맨 뒷방 병풍 너머 숨어 사네
옛 동양의 조각달과 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 생각만이 깊고 말하지 않는 말, 사랑 하나
2 사랑을 말한 탓에 천지간 불붙어버리고 그 벌이 시키는 대로 세상 양 끝에 나뉘었었네 한평생 다 저물어 하직삼아 만났더니 아아 천만 번 쏟아붓고도 진홍인 노을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사랑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가슴 깊이 품고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비밀성과 은밀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의 감정은 말해져서는 안되지만, ‘눈부셔 못 견딜’ 마음이기에 또한 말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다. 참지 못하고 사랑을 말해버리면 ‘천지간 불붙어버리고’, 벌에 의해 ‘세상 양 끝’에 나뉘게 된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그렇게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다울만큼 기쁨과 긍정의 대상이 된다.
김남조, 『사랑의 말』, 학원사, 1983.
채영희, 「김남조 시 연구 : 죽음의식과 생명의지를 중심으로」, 중앙대 석사학위논문,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