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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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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사랑의 간절함과 불변성에 대한 고백을 노래하고 있다. 즉 영원한 사랑을 간결한 고백 어조로 시화(詩化)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모습이 비록 타인에게는 괴로워보일지라도 화자에게는 행복이자 즐거움이기에 ‘즐거운’ 편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적 화자는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며 일상적이고 사소한 자세로 ‘편안’하게 그대를 사랑하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그대를 사랑하고 기다리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긴 하나, 그대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한편에서는 그러한 감정이 ‘그칠 것을 믿’으며 ‘기다림의 자세’를 담담하게 유지하고 있다. 
황동규, 『황동규 시전집』 1, 문학과지성사, 2013. 
황동규, 「황동규 특집:<어떤 개인 날>에서 <몰운대행>까지 시인의 시론:알레고리와 상징의 밀회」, 『작가세계』 제24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