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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사랑 - 박노해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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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들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온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양지가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이 세상의 이치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양지가 주는 따뜻함만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곤 한다.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매순간 행복만이 지속되는 만남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위의 시는 이러한 일반적인 생각에 반대로 성찰하고 있다. 즉, ‘겨울’로 비유되는 시련과 고통이 있어야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과 같은 끈끈한 관계와 따듯함, 인내와 희망 등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흔히 ‘겨울’은 부정적이고 혹독한 환경을 의미하지만 이 시에서는 관계의 심화를 이루게 해주는 바탕으로 의미되고 있다. ‘춥고’, ‘눈보라 치는’ 겨울이 있어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고 ‘꽃이 피어날 수 있’기에, 시적화자는 겨울로 대변되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행복’에 감사할 따름이다. 즉, ‘겨울’과 같은 환경이 있어야 소중한 관계를 맺고 있음에 감사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화목함 역시 피어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열악한 상황조차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2010. 
정효구, 「박노해 특집 : 투쟁에서 성찰로 가는 먼 길 작품론1: 박노해의 시는 왜 감동을 주는가」, 『작가세계』 제35집, 세계사, 1997.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느린걸음, 2010, 출판사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