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가 섰던 자리에 서도 보고 그가 만지던 바를 만져도 보고 그가 걸어다니던 길을 회상하여 그 방향으로 걷기고 하였나이다. 그가 우두커니 섰던 자리에 서서 깊이 숨을 들이쉬었나이다. 만일 공기에 대류작용이 없었던들 그의 깨끗한 폐에서 나온 입김이 그냥 그 자리에 있어 온통으로 내가 들이마실 수 있었을 것이로소이다. 나는 그동안 문을 열어 놓은 것을 한하였나이다. 문만 아니 열어놓았던들 그의 입김과 살내가 아직 남았을 것이로소이다. 그러나 나는 조금 남은 김이나 들여마실 양으로 한번 더 심호흡을 하였나이다. 나는 다시 생각하였나이다. 그러한 향기로운 입김과 깨끗한 살내는 내 방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 전 우주에 퍼져서 전 만물로 하여금 조물주의 대걸작의 순미를 맛보게 할 것이라 하였나이다. 나는 다시 담요 위에 이마를 대고 엎더졌나이다. 내 가슴은 자주 뛰나이다. 나는 정녕 무슨 변화를 받는가 하였나이다. ‘아아 이것이 사랑이로구나!’ 하였나이다. 그는 나의 맘에 감사를 주는 동시에 일종 불가사의한 불길을 던졌나이다. 그 불길이 지금 내 속에서 저항치 못할 세력으로 펄펄 타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