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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쉰, {들풀} 중 서시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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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은, 뿌리가 깊지 못하고 꽃잎이 아름답지 못하다. 그러나 이슬을 빨아들이고 수분을 빨아들이고 썩은 사람의 피와 살을 흡수하여 저마다 자신의 생존을 다툰다. 살아서는 역시 짓밟히고 잘림을 당한다. 죽어서 썩어 없어질 때까지.
그러나 나 담담하고 즐겁다. 나 크게 웃으리라, 나 노래하리라
나는 나의 들풀을 사랑한다. 그러나 들풀로 장식된 이 땅은 증오한다.
지하의 불길이 땅 속에서 내달리며 용솟음친다. 용암이 일단 분출하면 모든 들풀과 큰 나무들을 다 태워버릴 것이다. 그리하여 더는 썩을 것도 없어지게 되리라.
그러나 나 담담하고 즐겁다, 나 크게 웃으리라, 나 노래하리라. …
나 자신을 위하여, 벗과 원수, 사람과 짐승,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나는 이 들풀의 죽음과 썩음, 그것이 빨리 도래하기를 희망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 일찍이 살아 있지 않았던 것이 되니 이는 참으로 죽거나 썩는 것보다 훨씬 불행하리라.
가거라 들풀이여, 나의 이 서시와 함께! 
근대 중국의 문호 루쉰의 산문시집 {들풀}의 서시의 한 대목이다. 들풀은 아름답지 못하고 살아서는 짓밟히고 잘림을 당하지만 죽으면 거름이 되어 땅에 스며들어 다른 꽃들을 피우게 한다. 시인은 스스로 들풀이 되어 거름이 되고자 한다. 그는 들풀이 되는 것을 즐겁게, 그리고 크게 웃으며 받아들인다. 나아가 꽃한송이 피지 못하는 불모의 땅에 들풀의 죽음으로 인해 다시 꽃이 피어나기를 저자는 희망한다.  
루쉰, {들풀}, 유세종 역, 솔출판사(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