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인생사에서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 할지라도 참으로 동일하지 않은 자기 계시의 힘을 가지며 동일하지 않은 명료성으로 ‘누구’를 개시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사랑하는 자가 ‘무엇’인가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으며 그의 자질과 부족, 업적과 실패, 그리고 실수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사랑은 그 열정 때문에 우리를 타인과 결합시키거나 분리하는 중간 영역을 파괴한다. 사랑이 지속되는 한 연인들 사이에 끼어들 수 있는 유일한 중간영역은 사랑의 산물인 자식이다. 사랑하는 자를 현재 결합시키고 그들이 공동적으로 관계하는 중간영역인 자식은 그들을 또한 분리시키기고 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대변자익도 하다. 자식은 사랑하는 자들이 존재하는 세계에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삽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식을 통해서 사랑하는 자는 마치 그들의 사랑으로 인해 떠났던 세계에 다시 복귀하는 듯하다. 새로운 세계성, 즉 정사의 가능한 결과이자 유일하게 가능한 행복한 종말인 이 새로운 세계성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랑의 종말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자들을 새로이 사로잡거나 또는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양식으로 변형되어야 한다. 사랑은 본질상 무세계적이다. 드물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무세계성 때문에 사랑은 정치와 무관할 뿐만 아니라 반정치적이며, 아마 반정치적인 모든 인간 힘 중에서 가장 강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