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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무정} 중에서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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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배우러 간다. 네나 내나 다 어린애이므로 멀리멀리 문명한 나라로 배우러 간다. 형식은 저편 차에 있는 영채와 병욱을 생각한다. ‘불쌍한 처녀들!’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세 처녀가 다 같이 사랑스러워지고 정다워진다. 형식의 상상은 더욱 날개를 펴서 이희경 일파를 생각하고, 경성학교 학생 전체를 생각하고, 또 서울 장안 길에서 보던 누군지 얼굴도 모르는 성명도 모르고 남녀 학생들과 무수한 어린아이들을 생각한다. 그네들이 모두 다 자기와 같이 장차 나갈 길을 부르짖어 구하는 듯하며, 그네들이 다 자기의 형이요, 누이들인 것같이 정답게 생각된다. 형식은 마음속으로 커다란 팔을 벌려 그 어린 동생들을 한 팔에 안아 본다. 형식의 생각에 자기와 선형과, 또 병욱과 영채와 그 밖에 누군지 모르나 잘 배우려 하는 사람 몇십 명 몇백 명이 조선에 돌아오면 조선은 하루이틀 동안에 갑자기 새 조선이 될 듯이 생각한다. 그리고 아까 슬픔을 잊어버리고 혼자 빙그려 웃으며 잠이 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소설인 이광수의 {무정}에서 주인공 형식이 약혼자인 선형과 함께 떠나는 유학길 도중 선형과 영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부분이다. 선형과 영채의 사이에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형식은 처음에는 괴로워하지만, 점차 그 사랑을 민족애로 승화시킴으로써 행복감에 도달하게 된다. 형식이 여인에게 품는 사랑의 감정은 처음에는 원시적인 감정에 불과했지만, 점차 그 사랑을 정신적인 것으로 승화시킨다.  
이광수, {무정} 
최정운, {현대한국인의 탄생}, 미지북스(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