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한 대목이다. 오랜만에 고향으로 내려온 주인공은, 고향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그녀와의 사랑은 그에게 분명 어떤 만족감을 주지만, 그것은 조만간 서울로 돌아가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예된 만족감이다. 결국, 그는 다음날 서울 집으로부터 돌아오라는 전화를 받고 잠시 망설이지만 결국 서울행 버스를 탄다. 버스 창문으로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읍니다>라는 표지판을 보면서 그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