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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은, {百의 그림자}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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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잎을 삶으면, 하고 무재 씨가 문득 말했다.
삶아서 그 물을 마시면 금이 간 부부 사이의 금슬이 다시 좋아진대요.
그렇대요?
언제고 우리 틈에 금이 가면 삶아서 마실까요?
라는 말에 당황해서 우리는 부부도 뭣도 아닌데, 라고 얼버무리자 무재 씨가 우산 속에서 싱글벙글 웃었다. 나는 흠, 하고 기침을 했다.
금슬은 잘 모르겠지만 무재 씨, 이렇게 앉아 있으니 배도 따뜻하고, 좋네요.
네.
그냥 좋네요.
하며 밤을 바라보면서 앉아 있었다. 
황정은의 소설 {百의 그림자}의 한 대목이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주인공인 그녀와 서로 호감을 갖는 무재라는 두 인물이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장면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아직 사랑을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두 젊은이가 서로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서로간에 나누는 말 한 마디에 삶의 고달픔을 잊고 행복감을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각박한 현실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선량한 사람들의 그 선량함이 낳은 사랑의 한 표현일 수도 있다.  
황정은, {百의 그림자}, 민음사(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