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천하 사람들이 서로 더불어 사랑되어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를 자신을 사랑하듯 한다면 그래도 불효한 자가 있겠는가? 아버지와 형제 그리고 군주를 자기 자신을 보듯이 한다면, 어찌 불효를 행하겠는가? 그래도 오히려 자애롭지 않은 자가 있겠는가? 아우와 자식과 신하 보기를 자기 자신 보듯이 한다면 어찌 자애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공자(B.C.551-B.C.479)보다 조금 늦게 활동한 묵자(B.C.480?-B.C.390?)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한 시대를 보낸다. 삶의 환경이 궁핍해진 시대에 묵자는 공자와 다른 사랑의 개념을 제안한다. 그것이 공자가 제안한 인애(仁愛)를 거부한 묵자의 겸애(兼愛)이다. 겸애란 타자를 마치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다. 여기서 타자는 나의 가족친지와 벗들뿐만 아니라 혈연이나 지연과 무관한 사람들도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집안만이 소중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집안도 소중하고, 자기 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소중한 대상이 된다.
묵자는 사람들이 다투고 불효하며 자애롭지 않은 현실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묵자는 사람들은 정서적 친밀성에 따른 유가적인 차별적 사랑이 아니라 돌봄과 안위과 걱정과 같은 사랑의 방식에 동참함으로써 타자에 대한 보편적 사랑을 실현하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