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목화밭에서-어느 좋은 날>, 1954년, 종이에 채색, 114×90cm. 개인.
뭉게구름이 떠가는 파란 하늘 아래 목화 꽃이 핀 들판을 배경으로 흰 윗도리에 반바지를 입은 한 남성이 목화밭에 누워있다. 옆에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 여인이 그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가족화이다. 편안하게 누운 남편과 젖을 물린 아내의 모습은 아직 피어있는 꽃과 반쯤 벙근 목화와 어울려 밝고 지극히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러나 아이를 안고서도 남편을 바라보고 있는 아내와 달리 남편은 고개는 아내를 향했지만 눈을 감고 있다. 이 작품은 화가 삼십대의 자화상으로, 남편 아이와 함께 이룬 한 가정의 행복을 염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