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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소통에서의 기다림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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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했던 한 마디의 말과 그 다음의 말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 관계 자체의 존재론적 기반이 붕괴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그 사이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기다린다. 상대의 다음 말을, 다음의 행위를. 내게 전화가 오고, 내 편지에 회답이 오고, 내 메시지에 댓글이 달림으로써 그 사이시간이 중단되고 사랑 소통이 이어지기를. 사랑 관계에서의 사이시간이 중요한 만큼 사랑 관계에서 기다림은, 양적으로도, 또 실존적으로도 사랑함의 8할 이상을 차지한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 소통에서 기다림이 갖는 이러한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언어로 쓰여진 <<사랑의 단상>>(롤랑 바르트, 김희영 옮김)에서 그는 기다림을 이렇게 정의한다. “기다림.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동안 별 대수롭지 않은 늦어짐(약속시간, 전화, 편지, 귀가 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고뇌의 소용돌이”(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사랑 관계에서 기다림은 “고뇌의 소용돌이”다.(이 책의 독일어 번역본은 이 단어를 ‘Angstaufwallung’ ‘불안의 끓어오름’으로 옮기고 있다.) 그런데, 기다림이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고뇌와 불안을 불러내는지는 사랑 소통이 어떤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롤랑 바르트에게서 기다림의 불안은 전화와 편지라는 매체와 연결되어 있다. 바르트가 이 책을 쓸 시절에는 오늘날 우리에게 일상적이 된 휴대전화는 물론, 문자 메시지도, 트위터, 페이스 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 소통에서 기다림이 고뇌와 불안을 불러내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나, 휴대 전화와 카카오 톡과 결부된 불안은, 편지와 전화를 기다릴 때의 그것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김남시, <사랑이라는 소통의 매체>,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9-21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