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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들이, 사랑 소통을 시작하고 그를 끝내는 것 모두를 스스로 결정한다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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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케로는 기원 전 시대(기원전 106년∼기원전 43년)를 살았던 사람이다. 그를 보면 사랑 관계가 선의 외에 어떤 근거도 갖지 않는 관계였던 사정은 꽤나 오랜 역사를 지녔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사랑의 무근거성이 사랑 관계의 불확실성으로 나아가게 했던 것은 현대 사랑의 코드다. <<사랑은 왜 아픈가>>(에바 일루즈, 김희상 옮김)에서 에바 일루즈는 현 시대 사랑의 특징을 ‘감정 개인주의’로 정의한다. 오늘날 사랑은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전적으로 개인 ‘감정’에 의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세기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연애는 하나의 ‘사회 네트워크’ 내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그들 역시 당연히 감정을 고려하긴 했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집단의 규범과 터부라는 도덕의 우주로 빨려 들어가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네트워크와도 밀접하게 얽혀” 있었다. 그러한 ‘감정수행성 체제’ 혹은 ‘감정 의례체제’에서 사랑은 ‘의례화’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행동예절을 지키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 나서야 비로소 감정을 느끼며 드러낸다. 그러니까 감정의 성숙은 상대가 적절한 사랑표현을 하고 예절을 지키며 노력할 때 비로소 시작되는 여러 단계의 과정이다. (…) 감정 수행성 체제에서 여성은 사랑의 상대에게 결코 압도되지 않으며, 또 그럴 수도 없다. 규칙을 지켜가며 이루어지는 구애는 여인으로 하여금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밀도 있고 집중적인 감정으로 이끌려 들어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이 감정을 기초로 결정 내린다는 것을 당연한 일로 전제”하는 오늘날의 “감정 진정성 체제”에서는 “개인의 사랑 선택은 공동체의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조직으로부터 떨어져 나왔으며, 이로써 자율적 규제의 기능을 갖는 결혼시장이 성립”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무엇보다 “첫째, 잠재적 배우자를 평가하는 일에서 규범이 힘을 잃었다. 공동체의 가치체계로부터 떨어져 나왔고, 배우자의 매력과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중매체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둘째, 배우자를 감정이라는 범주와 함께 성적 매력이라는 범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졌다. 여기서 결국 배우자의 감정적 소통능력은 섹시함에 우선순위를 내주고 말았다. 셋째, 성적 매력의 약진이 더욱 두드려졌다. 섹시함이라는 경쟁력이 결혼시장에서 점점 더 커지는 비중을 자랑하게 되었다.” “사랑에 빠진다는 사건이 모조리 주관화해 버린” 시대, 그렇게 주관화된 ‘감정 진정성’의 대부분이 소비문화와 대중 매체에 흡수되어 버린 시대, 사랑 관계의 존재론적 기반은 전적으로 주관적 감정으로 이동하였다. 오늘날 사랑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19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속한 사회 네트워크의 허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랑 관계를 정리하는 일 또한 사회적 규범과 위신의 의미론에서 자유로워진 개인들만의 용무가 되었다. 늘 대중매체와 섹시함의 문화적 변주들에 노출되어 있지만 스스로는 자유롭다고 믿는 개인들이, 사랑 소통을 시작하고 그를 끝내는 것 모두를 스스로 결정한다. 선의 말고는 아무 다른 근거도 가지지 않는 사랑 관계의 존속은, 그렇게 주관화된 개인들의 감정에만 의존되게 되었다.  
 
김남시, <사랑이라는 소통의 매체>,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6-18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