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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관계의 무근거성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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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관계는 아무 근거가 없다. 어느 순간, 그/그녀가 말하면서 눈을 깜빡이는 모습, 머리를 뒤로 넘기는 손, 눈 밑에 난 작은 점 따위의 사소한 것들을 바라본 순간부터, 내게 격정적인 갈망과 행복, 고통스런 비극까지 초래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사건이 시작된다. 멀쩡히 살아가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특정한 타인을 향해 좀처럼 채워지기 힘든 정념을 품게 되는 것이다. 고대 로마시대의 연설가 키케로는 <<우정에 관하여>>(키케로, 천병희 옮김)에서 우정이 지니는 주관성을 인척 관계의 객관성과 대비시키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진정한 우정은 인척 관계보다 더 힘이 있네. 인척관계는 선의 없이 존재해도 우정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네. 우정에서 선의가 빠지면 우정이라 할 수 없지만, 인척관계는 선의가 빠져도 존속하니까 말일세” (키케로, <<우정에 관하여>>) 여기서 키케로가 말하는 ‘우정’을 ‘사랑’으로 바꾸어도 큰 무리는 없겠다. 키케로 자신이 “우정 amicitia이라는 말은 사랑 amor에서 파생되었는데, 사랑이란 이해관계를 떠나 선의를 맺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오로지 ‘선의’에 입각해 맺어지는 관계다. 서로 무관하던 두 사람을 사랑이라는 관계로 맺어주는 것은 이해관계도 혈연관계도 아니다. 그건 상대에 대한 호감과 끌림, 오로지 나에게서만 나오는, 그런 점에서 나에게만 근거를 갖는 선의다. 사랑 관계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그저 당사자들의 선의의 존속에만 의존한다. 서로에 대한 선의, 그 관계를 지속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다면 사랑은 존속할 수 없다. 호감이 가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이해관계에 따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미워하더라도 혈연관계는 존속하지만, 선의가 없다면 사랑 관계란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사랑이라는 관계는 이렇게, 근거가 없다.  
 
김남시, <사랑이라는 소통의 매체>,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4-16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4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