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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쓰는가?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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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중은 병자호란 난리통에 피란하는 병선에서 태어난 유복자였다고 한다. 1689년 그는 귀양 중에 <<사씨남정기>>와 <<구운몽>>을 ‘어머니를 위하여’ 저술했다. 이듬해에 저술한 모친 윤씨의 행장 <<선비정경부인행장>>에는 그가 어머니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애모의 감정이 여과 없이(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드러난다. <<서포집>>에는 오로지 모친에게 바친 김만중의 여러 구절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전기적 사실들이 그대로 김만중의 모성 콤플렉스에 대한 온전한 증거라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김윤식의 탁월한 연구에 의해 이광수의 고아 의식에 어머니와의 관계가 미친 심리적 영향 관계, 그리고 평생 그를 따라다녔던 ‘사랑기갈증’(김윤식, <<이광수와 그의 시대 3>>, 한길사, 1986)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또 우리는 최인훈이 <<구운몽>>보다 한 해 일찍 썼던 걸작 <<광장>>의 결말이 어떠했던지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 있다. 다시 확인하자면 이명준은 바다에 몸을 던지기 전, 여자들과 동굴과 유토피아에 대해 생각했었다. 정치는 경멸하고 있다. 그 경멸이 실은 강한 관심과 아버지 일 때문에 그런 모양으로 나타난 것인 줄은 알고 있다. 다음에, 부채의 안쪽 좀더 좁은 너비에, 바다가 보이는 분지가 있다. 거기서 보면 갈매기가 날고 있다. 윤애에게 말하고 있다. 윤애 날 믿어줘. 알몸으로 날 믿어줘. 고기 썩는 냄새가 역한 배 안에서 물결에 흔들리다가 깜빡 잠든 사이에, 유토피아의 꿈을 꾸고 있는 그 자신이 있다. 조선인 꼴호즈 숙소의 창에서 불타는 저녁놀의 힘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그도 있다. 구겨진 바바리코트 속에 시래기처럼 바랜 심장을 안고 은혜가 기다리는 하숙으로 돌아가고 있는 9월의 어느 저녁이 있다.[······]마지막으로 은혜와 들이 안고 뒹굴던 동굴이 그 부채꼴 위에 있다.(최인훈, <<광장>>) 이 인용문에는 앞서 김성동과 한승원의 작품을 다루면서 확인한 바가 모두 들어 있다. 아버지, 여자들, 알몸과 동굴, 유토피아 등등. 그것들은 또한 프로이트와 로베르가 가족 로망스라 부른 서사의 핵심이 되는 요소들이기도 하다. 부친에 대한 반항, 어머니에의 고착, 분리 불안, 현실의 부인, 낭만적 토라짐과 도피, 그리고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아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찾아 떠나는 환상적 모험······. 아마도 꿈만큼 쉽고 용이하게 어머니로부터의 분리 불안에 빠진 모성 고착적 주체들에게 아득하고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의 도피처를 마련해주는 기제도 달리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다소간의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조신에서 능현까지 한국문학의 ‘꿈-서사’는 어미 찾기의 서사였다. 잃어버린 옛사랑, 대타자 어머니를 찾아 꿈으로의 여행을 떠난 이야기들의 역사였다.  
 
김형중, <꿈 속의 사랑>,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20-122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2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