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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현’, 사랑기갈증자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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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유사한 변형을 우리는 김성동의 <<꿈>>에서도 만난다. 조신이 그랬듯 능현도 절에 염불을 드리러 올라온 여대생을 사랑하게 된다. 이후 3년의 시간 동안 그는 그 여대생만을 기다렸고, 모든 기원의 내용은 그녀와의 재회였다. 그 여대생을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결국 사랑의 부질없음을 수락하게 되는 과정은 그대로 중으로서의 그의 구도 과정과 일치한다. 즉 구도는 곧 구애다. 게다가 그가 유독 어머니 부처인 관음보살에 집착하고, 기갈이라도 걸린 듯 사랑에 주려 있다는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인공 능현에게 연인 정희남과 관음보살과 어머니와 자연과 정토는 하나다. 사실 김성동 문학의 기원에는 바로 그 사랑기갈증이 있다. 1980년작 「산란山蘭」은 바로 그 사랑기갈증이 비롯되는 장면을 일찍이 보여준 바 있다. 지쳐 쓰러져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면 아이는 다시 바늘구멍에 눈을 붙이고 뚫어져라 밖을 내다보았는데, 어둠이었다. 해가 지고 놀이 죽고 그리하여 우우 우우 아우성치며 달려가는 바람소리와 먼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산짐승들의 울부짖음에 흠칠흠칠 몸을 떨다가 아이는 지쳐 쓰러져 또 잠이 드는 것이었다. 잠이 들면 꿈을 꿨고 꿈을 꾸면 엄마를 만났다. 엄마의 얼굴에선 독한 분내음이 났고 엄마의 젖가슴에선 우르르 우르르 뜀박질하는 비릿한 피내음이 났다.(김성동, 「산란」) 동자승 능선이 홀로 산방(山房)에 앉아 바늘구멍으로 소를 기다리는 심우삼매尋牛三昧에 빠져 있는 풍경이다. 그는 후에 김성동의 소설에 등장하게 될 법운(<<만다라曼陀羅>>, 1979), 능선(<<황야荒野에서>>, 1982), 그리고 능현(<<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아이가 바늘구멍을 통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소가 아니라 어미다. 그리고 그 어미는 프로이트적인 어미가 거의 그렇듯이 ‘성녀/창녀’의 양가적 대상이다. 이 어미 찾기의 서사가 김성동의 주인공들이었던 능선, 법운, 지선, 능현의 파계와 구도의 서사이다. 그들이 꿈꾸는 ‘주관과 객관’ ‘꿈과 현실’ ‘극락과 지옥’ ‘정신과 육체’의 분별이 없는 세계란 아무래도 라캉의 ‘상상계’나 크리스테바의 ‘코라chora’를 연상케 하거니와, 아비가 아직 개입하기 이전의 그 세계에 ‘어머니이며 고향’이란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자신의 구도가 이미 어미 찾기에 다름 아님을 깨닫고 있다는 고백으로 보인다. 한승원의 <<꿈>>과 김성동의 <<꿈>> 두 작품이 공히 보여주고 있는 이와 같은 유사성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두 작품 모두 잃어버린 대타자로서의 어머니 찾기 서사를 반복한다. 그렇다면 혹시 이들 작품에서 꿈-서사의 심리적 기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마냥 허황되기만 한 것은 아닐 듯하다. 잠정적이나마 이런 결론이 가능하지 않을까? ‘꿈-서사란 어떤 이유로 모성에 고착된 주체들이 만들어내는 변형된 가족 로망스의 일종이다’. 왜냐하면 가족 로망스의 본질이 바로 부모와의 분리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아이가 고안해낸 또 다른 부모(그들은 대개 이상적인 시공에 이상적인 신분으로 존재한다)에 대한 백일몽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잃어버렸다고 상상된 사랑을 찾는 사랑기갈증자의 서사, 거기에 곧 ‘꿈-서사’의 기원이 있다.  
 
김형중, <꿈 속의 사랑>,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18-120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18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