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오브제 프티 아(대상 a)’로서의 팔선녀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1998년에 한승원이 김만중의 <<구운몽>>을 다시 쓴 <<꿈>>과 2001년에 김성동이 조신 설화를 다시 쓴 <<꿈>>은 꿈-서사의 개체발생적 기원에 대한 의문을 푸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누가, 어떤 이유로 꿈-서사를 만들어내는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한승원의 <<꿈>> 역시 조신 설화와 <<구운몽>>의 삼단 구조를 반복한다. 그러나 「폐촌」과 <<해일>>의 작가 한승원의 작품답게, <<꿈>>은 불교적 교훈보다는 오히려 인간 육체의 관능적이고 우주적인 생명력을 묘사하는 데 더 많은 수고를 들인다. 산에 나는 정력에 좋은 온갖 약초를 섭취하고 복받쳐 오르는 욕정을 이기지 못해 수음을 하는 성진에 관한 초반부의 묘사(<<꿈 1>>)에서부터, 훨씬 더 노골적이고 당당하게 성애적인 장면들을 묘사하는 본꿈의 서사가 다 그렇다. 이 점, 패러디 작품은 당연히 원작의 변형 과정을 수반하는 법이니 새삼 문제 삼을 바는 없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장면은 원작과 비교해 의미심장한 변형으로서 주목을 요한다. 유씨부인은 아들 소유를 치마폭 속에 가둬두었다. 바람 불면 날아갈까, 땅바닥에 놓으면 깨어질까, 잘못 만지면 부스러지거나 으깨어질까, 혹시라도 물에 빠질까, 산에 가면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질까, 누군가가 훔쳐갈까, 불량한 이웃 아이들에게 두들겨 맞을까······. 한사코 곁에 두려고만 했다. 코를 풀어주고 따스한 물로 씻기고 닦아주고, 두꺼운 옷을 지어 입히고 안아주고 업어주었다. 잠을 잘 때는 그를 두 팔로 안아 품속에 깊이 묻고 자고 그러면서 등을 쓰다듬고, 고추와 불알이 신기하고 귀여워 만지고 또 만졌다. [······] 소유는 사나운 씨암탉 같으면서도 자상하고 인자한 어머니의 품이 한없이 따스하고 포근했다. 스치는 그녀의 손길이 달콤하면서 간지럽고 저릿저릿하였다. 그녀의 품속에서 자지 않으면 잠이 들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깊은 밑뿌리(자궁)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으로 그를 감싸주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한사코 옆에 두려고 하는 데는 까닭이 있었다. 그가 눈에 띄지 않으면 그녀의 자궁이 허전해 하고 슬퍼하면서 꿈틀거리는 것이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었다. 소유도 어머니 없이는 한시도 살아 배길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잠시만 눈에 띄지 않으면 불안해졌다. 그럴 때마다 그는 치마 입고 머리카락 땋아 늘인 다른 여자를 구했고, 그 여자에게서 날아오는 몸냄새를 킁킁 맡아야만 직성이 풀렸다.(한승원, <<꿈 1>>) 인용한 구절 외에도 수월이란 소녀와 소유가 소꿉장난을 할 때, 그리고 오랫동안의 외입 후 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보여준 어머니의 태도를 더 언급할 수도 있겠다. 아울러 원작에서는 신선처럼 그려진 소유의 부친 양처사가 이 작품에서는 거의 부재중인 건달이나 오입쟁이로 그려진다는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승원은 양소유의 심리를 앞서 언급한 김병국의 해석, 즉 ‘모성 콤플렉스’ 혹은 ‘돈환 콤플렉스’에 따라 다시 쓰고 있음이 밝혀지는 대목이다. 부친의 부재, 그로 인한 모성 고착, 그리고 이어지는 돈환적 행태(혹은 도착과 동성애 기질)가 한승원이 해석한 양소유의 심리적 비밀이다. 말하자면 양소유는 대타자 어머니 찾기라는 라깡적 테마를 끝없이 되풀이하는 인물이 된다. 어머니와의 분리 불안이 그로 하여금 어머니를 대신할 영원한 여성 찾기의 모험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팔선녀들은 모두 ‘대상 ɑ’이다.  
 
김형중, <꿈 속의 사랑>,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16-118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1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