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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형의 사랑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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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설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질투가 소설의 결말을 연기시킨다. 「어느 놈이 내게서 달례를 빼앗았니?」 하고 조신은 소리소리치고 싶었다. 조신에게서 달례를 빼앗은 것은 모례인 것만 같았다. 「이놈아!」 하고 조신은 모례를 자빠뜨리고 가슴을 타고 앉아서 멱살을 꽉 내리누르고 싶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달례는 지금 모례의 품속에 안겨 있는 것 같았다. 모례의 칼에 머리쪽을 잘렸으니 필시 달례는 어느 절에 숨어서 제 복을 빌어주려니하고 생각하던 것이 어리석은 것 같았다. 「그렇다. 달례는 지금 모례의 집에 있다. 분명 모례의 집 안방에 있다. 달례는 곱게 단장을 하고 모례에게 아양을 떨고 있다.」 조신의 눈에는 겹겹으로 수병풍을 두른 모례집 안방이 나오고 그 속에 모례와 달례가 주고받는 사랑의 광경이 환히 보였다. (······) 「아아, 무서운 질투의 불길, 천하의 무서운 것 중에 가장 무서운 것!」 조신은 무서운 꿈을 깬 듯이 치를 떨었다. 못한다. 이것이 옥중이 아니냐. 두 발은 고랑에 끼여 있고 두 손은 수갑에 잠겨 있다. 꿈은 나갈지언정 못 나간다.(이광수, <<꿈>>) 이 장면 후에야, 그 질투의 감정으로부터 해방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각몽이 찾아온다. 그러니까 조신은 빠져나올 수 없는 질투의 감정(“꿈은 나갈지언정 못 나간다“) ‘속에서’ 깨어난다. 그러고 보면 처음에 조신이 달례를 적극적으로 욕망하면서 그녀와 도망갈 작심을 하게 되던 날이 왜 하필 화랑 모례와의 혼인 잔치가 있기로 된 날이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도망의 와중엔 평목을 의심(그가 달례를 욕망한다는)하여 죽이게 된 사정, 끝없이 모례의 추적을 의식하면서 달례까지도 의심하던 사정도 이해가 된다. 그것은 그의 사랑이 삼각형이었기 때문이다. 용모 수려하고, 화랑 신분인 데다, 칼도 잘 다루고, 언사도 유려한 모례가 중개자다. 그리고 이 중개자가 사랑하는 대상이 달례였으므로 조신 또한 그녀를 사랑했다. 이렇게 읽을 때에야 이광수의 이 작품은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소설에 접근한다. 이광수는 애욕과 부귀영화의 무상함을 강조하고 불가에의 귀의를 권장하던 조신 설화의 타설적이고 전근대적인 서사를 모방 욕망의 발생과 종결에 관한 근대적 서사로 바꿔놓는다. 이 변형 과정이 성공적이었는가는 별도로 하더라도, 그것이 <<돈키호테>> 이후 만인이 서로에게 중개자가 되어버린 시대의 소설이 가장 즐겨 다루는 주제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김형중, <꿈 속의 사랑>,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10-112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1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