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원형적 ‘꿈-서사’로서의 「조신 설화」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한국문학사상 이루지 못한 사랑에 관한 ‘꿈-서사’의 시원에는 「조신 설화」(「낙산의 두 성인 관음, 정취와 조신」, 일연,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 리상호 옮김, 까치, 1999)가 있다. <<삼국유사>>에 실린 이 설화가 김만중의 <<구운몽>>(민음사, 2003)에 미친 영향이나, 후에 이광수가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꿈>>(<<무정·꿈>>, 문학사상사, 1992)을 썼다는 사실, 그리고 근자에는 김성동이 그 서사 구조를 그대로 빌려 동명의 소설 <<꿈>>(창작과비평사, 2001)을 썼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게다가 김만중의 <<구운몽>>을 패러디한 최인훈의 <<구운몽>>(<<광장/구운몽>>, 문학과지성사, 1989)과 한승원의 <<꿈>>(문이당, 1998)도 있다. 이런 이유로 조신 설화는 한국문학사에 있어 ‘꿈-서사’의 원형이라 할 만하다. 이야기는 태수 김흔의 딸을 사랑하게 된 중 조신이 관음보살에게 그 여인과 함께 살게 해달라고 빌다가 잠이 드는 서장(序章)에서부터 시작한다. 입몽(入夢) 단계이고 물론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애정 욕망을 꿈속에서 대리 충족하는 이야기다. 당연히 꿈속에서는 김흔의 딸이 법당에 찾아들고, 둘은 야반도주하여 살림을 차린다. 본몽(本夢)에 해당하는 이 부분은 전체적으로 서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두 사람의 낭만적 사랑과는 반대로 파멸을 향해 치닫는 간난신고의 삶을 그려낸다. 결국 생활고로 열다섯 된 큰 아이가 굶어 죽고, 열 살 된 딸이 구걸하다 개에 물리는 참혹한 일을 당한 후,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되면서 꿈은 끝난다. 각몽(覺夢) 단계이자 곧 깨달음의 순간이고, 서사가 이런 식으로 종결되는 구조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정작 꿈을 ‘소재’로, 혹은 꿈을 ‘통해’ 사랑의 몽매함에 대한 불교적 교훈을 이야기할 뿐, 꿈의 ‘문법’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그것은 마치 프로이트가 ‘꿈-작업’을 통한 왜곡이 적어 분석이 용이하다고 말했던 어린아이의 편의 꿈에 가깝다. 이드Id의 애정 소원을 성취시키고, 그러자 불안을 느낀 초자아super-ego의 자기 징벌 소원을 다시 충족시키고 있는 이 서사는 거의 아무런 꿈-작업도 없는 단순하고 명확한 꿈으로 읽힌다. 고대인들은 아마도 우리보다는 소박했을 터인데 그들이 꿈꾸던 사랑은 감추어야 할 추잡하고 폭력적인 무의식적 의도를 그리 가지고 있지 않았던 듯하다. 혹은 주체 외부에 있는 타설(他說)의 힘이 강해서 개인 내면의 사랑이라는 꿈의 주제에 대해서는 살필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오로지 세상의 부귀, 영화, 애욕이란 것이 일장춘몽에 불과하다는 불교적 교훈을 설파하기 위해서 ‘고안’된 듯한 이 조신의 단순한 꿈에서, ‘압축’ ‘전위’ ‘시각적 형상화’ ‘상징화’ 등과 같은 꿈의 문법, 곧 문학적 기교를 찾기는 힘들다. 차라리 조신의 꿈은 개인 욕망의 개입 없이 이루어진 타설적 서사, 즉 내면 없는 서사라 할 만하다. 따라서 조신의 사랑이야기가 이후 ‘꿈-서사’의 원형이 된다는 말은 그 보잘것없는 꿈의 내용이나 문법보다는 입몽과 각몽의 순간에 의해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구성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조신 설화는 꿈을 소재로 한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의 구조를 최초로 결정했다는 의미에서 원형적이다.  
 
김형중, <꿈 속의 사랑>,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03-105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03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