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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작품은 언어를 ‘압축’하고 ‘전위’시키고, ‘이미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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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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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간의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꿈에 대한 세 번째 정의, 즉 ‘수면 상태의 산물’이란 말 역시 기실은 문학의 정의로 환원하더라도 무방해 보인다. 문학 텍스트가 수면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란 말은 물론 아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자동기술법’이나 프루스트의 ‘의식의 흐름’도 수면 상태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문학은 다시 꿈인데, 문학 텍스트가 즐겨 사용하는 문법은 수면 상태의 산물인 꿈의 문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문학은 수면 상태의 산물은 아니지만 수면 상태의 산물인 꿈과 동일한 구조화 방식을 보여준다. 꿈의 존재 방식인 ‘압축’, ‘전위’, ‘시각적 이미지화’(그리고 그에 따른 접속사의 부재, 모순의 허용, 시간의 중첩), ‘상징화’ 등 프로이트가 ‘꿈-작업’이라 불렀던 기교들(지그문트 프로이트, 김인순 옮김, <<꿈의 해석-상>>)은 그대로 우리가 문학 텍스트에서 누누이 발견하고 개념화해 온 문학적 장치나 기교들의 이름이기도 하다. 먼저, ‘압축’. 흔히들 문학은(특히 시는) 일상어보다 훨씬 함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고 말한다. 하나의 기표가 여러 개의 기의를 동시에 갖는 경우를 일러 ‘함축적’이라 지칭하는 것이라면, 함축적 언어란 곧 ‘압축’된 언어다. ‘전형’은 또 어떤가? 한 인물이 전형적이란 말은 다소 도식적으로 말해 그 인물이 프로이트가 말한 ‘혼성 인물’ 곧 여러 인물들이 압축된 형상이란 말에서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좋은 텍스트일수록 다양한 해석을 허용하는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말은, 그 텍스트가 고도로 압축적인 텍스트란 말인 셈이다. 다음으로 ‘전위’. 꿈-작업의 기교인 ‘전위’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 문학 텍스트에서 즐겨 사용되는 모든 비유는 사실상 둘 간의 거리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원관념과 보조관념 간의 자리 바꾸기[轉位]에 다름 아니다. 남근이 있어야 할 자리에 기다란 단도가 들어서듯, ‘내 마음’이 있어야 할 자리에 ‘호수’가 들어서고, ‘욕망’이 있어야 할 자리에 ‘녹색의 즙’이 들어선다. 어떤 꿈이 꿈-작업의 목적인 검열을 완벽하게 수행해 원래의 욕망이 무엇이었는지를 효과적으로 감추듯, 어떤 작가는 원관념으로부터 보조관념까지의 거리를 가급적 멀리해(가령 그 유명한 로트레아몽의 ‘재봉틀과 양산이 해부대 위에서 만나듯이’) 모호하고 난해한 텍스트를 산출한다. 반면, 어떤 꿈(특히 어린아이의 꿈)이 거의 왜곡 없이 순진하게 어제 실현하지 못한 소원을 성취시키듯이, 어떤 작가는 원관념을 금세 상기시키는 보조관념을 사용함으로써 평면적이고 관습적인 텍스트를 산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문학에서 사용하는 비유는 꿈이 사용하는 전위의 기교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꿈의 세 번째 작업, ‘시각적 이미지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모더니즘 텍스트들, 특히 이미지즘 시에서 관념이나 서사가 시각적 이미지로 변형되는 사례(프로이트가 예로 든 꿈에서 ‘전망’이란 잡지 제목이 높은 곳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는 시각적 이미지로 변형되듯이)는 자주 발견된다. 그리고 관념이나 서사의 시각적 이미지화에 따라 인과적 혹은 시간적 접속 관계가 결락되는 난해한 텍스트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텍스트들에서 시간은 중첩되고, 상호 모순되는 이질적인 것들이 동시적으로 병치되는 광경들도 드물지 않다. 여기에 문학이 꿈과 마찬가지로 태곳적부터 전승되어온 집단 무의식에서 유래한 ‘상징’들을 즐겨 사용한다는 식상한 이야기를 다시 덧붙일 필요는 없을 듯하다. 요컨대 문학은 그 존재 방식에 있어서도 꿈과 유사하다. 이토록 문학이 꿈과 같다면, 문학을 다루는 일은 곧 꿈을 다루는 일이다.  
 
김형중, <꿈 속의 사랑>,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00-102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0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