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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 작품은 꿈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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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는 것은 꿈만이 아니다. 문학도 사랑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문학과 꿈이 실은 동일한 메커니즘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단순히 비유적으로 하는 말(가령, ‘시인은 꿈꾸는 자’라거나 ‘문학은 현실 너머를 꿈꾼다’와 같은)이 아니다. 혹은 세계문학사상 위대한 몇몇 작품들(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 셰익스피어의 <<햄릿>>,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 등)이 근친상간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만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도 아니다. 실제로 문학의 여러 기교들(문학작품이 언어를 가공하는 방법)과 프로이트가 말한 ‘꿈-작업’(꿈이 재료들을 가공하는 방법)은 외관상의 유사성 이상으로 완벽한 구조적 상동성을 보여준다. 꿈이 생성되는 메커니즘과 문학작품이 생산되는 메커니즘은 말의 엄밀한 의미에서 ‘물리적으로’ 동일하다. 사전을 찾아보면 ‘꿈’이란 단어의 의미는 대략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둘째,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즉 망상이나 몽상. 셋째, 잠자는 동안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그렇다면 비유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도 문학은 그 자체로 꿈이다. 우선 꿈에 대한 첫 번째 사전적 정의와 관련해서, 문학 역시 현실에 대한 환멸과 그로부터 철회된 대상 리비도 에너지의 탈성화 작업(소위 승화)이 낳은 산물이라고 말한 이는 프로이트(<<창조적인 작가와 몽상>>)다. 그러니까 문학의 기원에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희망이나 이상이 있다는 말이다. 즉 문학의 기능 또한 최종심에서는 꿈과 마찬가지로 이루지 못한 소망의 충족이다. 두 번째 정의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역시 프로이트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낮에 꾸는 꿈, 곧 백일몽과 문학의 관련성에 대한 프로이트의 다음과 같은 언급은 유명하다. “작가는 어떻게 이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이 작가만이 갖고 있는 내밀한 비밀인 것이다. 한 개인과 다른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수많은 장벽들과 관련된 이러한 거부감을 넘어서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바로 이 기교 속에 아마도 진정한 시학이 존재할 것이다. 이 기교는 두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학 창조자는 낮에 꾸는 꿈을 변형시키거나 베일로 가림으로써 자아 예찬이 주조를 이루는 꿈의 성격을 약화시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몽상을 통해 순수하게 형식적인, 다시 말해 미학적인 즐거움을 제공하여 독자들을 유희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즐거움은 깊은 정신적 움직임들에서 시작하는 좀 더 큰 즐거움에 대한 욕구를 상쇄시킬 수 있는데, 바로 이것을 우리는 흔히 ‘상여유혹’이라거나 ‘사전쾌락’이라고 불러왔다.”(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장진 옮김, <<창조적인 작가와 몽상>>) 그에 따르면 작가란, 나르시시즘적인 목적에 봉사하는 백일몽을 보다 보편적이고 미학적인 형태의 이야기로 변형시킴으로써, ‘상여유혹’ 혹은 ‘사전쾌락’을 산출하도록 가공할 수 있는 자이다. 요컨대 문학의 원재료는 몽상이나 백일몽, 곧 낮에 꾸는 꿈이다.  
 
김형중, <꿈 속의 사랑>,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99-100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9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