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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은 ‘사랑’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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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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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꿈의 기능을 ‘소망 충족’이라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 내적인 혹은 외적인 자극이 수면을 방해할 때, 꿈은 그 자극을 해소해 줌으로써 수면을 연장시켜주는 기능을 하는데, 이때의 ‘자극’이 바로 낮에 이루지 못한 ‘소망’들이다. 아주 단순한 사례로, 프로이트가 보고한 손자의 ‘딸기 먹는 꿈’이 있다. 프로이트는, 어젯밤 먹지 못한 딸기에 대한 욕구가 손자의 수면을 방해하자 꿈이 그 욕구 자극을 대신 해소해 줌으로써 손자의 수면을 연장시켜주었다고 해석한다. 비교적 쉽게 해석이 되는 이러한 꿈을 흔히 ‘편의 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알다시피 이런 식의 손쉬운 해석을 허락하지 않는 꿈들도 있다. 사실에 있어 꿈은(특히 성인들의 꿈일수록) 프로이트의 손자가 꾼 꿈보다 복잡하고 음탕하고 폭력적이거나 불쾌하다. 말하자면 ‘편의 꿈’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 이유인즉, 앞서 말한 ‘수면을 방해하는 자극’이 단순히 어제 혹은 최근 성취하지 못한 소망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은 더 많은, 그리고 더 오래된 소망 또한 자신의 재료로 삼는다. 꿈은 아주 경제적이어서 한 인간이 살아오면서 충족하지 못했던 훨씬 더 강렬하고 깊은 소망을 그것이 저장되어 있던 무의식 속에서 길어 올려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해소시키려고 시도한다. 꿈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런데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다’고 하는 그 오래된 소망이란 도대체 어떤 것들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질문 속에 이미 내재해 있다. 그 소망들이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 소망들의 성격을 규정한다. 현실화하기 곤란한 것들, 검열과 억압의 대상이어서 발설되거나 실행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흔히 무의식 속에 저장된다. 그리고 물론 프로이트에게 그것은 대개 ‘사랑’, 그것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시기부터 강하게 억압된 근친적 사랑에 대한 욕망과 관련된 것들이다. 의식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리고 우리가 속한 사회의 타인들을 불편하게 하고 불쾌하게 하는 이 금지된 사랑을 짐짓 잊어버리거나 모른 척 무시하고 살아가지만, 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랑에 관한 한 밤은 낮보다 더 거짓말하지 않는다.  
 
김형중, <꿈 속의 사랑>,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97-98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9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