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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현되지 않는 자들의 저항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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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의 소설 <<꽃 같은 시절>>(창비, 2011)은 2008년부터 시작된 전라남도 담양군 무정면의 불법쇄석기 설치 반대 투쟁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젊은이들이 떠나버린 농촌 마을의 힘없는 노인들, 더 정확히는 고령의 할머니들이다. 이들은 자본이나 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해도 잘 대표/재현representation되지 않는 자들이다. 동시에 가부장제적 전통이 잔존하는 시골 마을에서 늘 침묵을 강요당하는 여성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고무차대기라고 비하한다. 따라서 그들이 자본과 권력에 대항해 벌이는 투쟁은 미미하고 하찮은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들의 투쟁에 대해 관심이 없다. 주민들이 뽑은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진보적인 인사나 단체조차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이 여성들의 투쟁은 따라서 작가의 말처럼 “순하고 약한 사람들의 순하고 약한 항거”일 뿐이다. 그러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떨쳐 일어난 이 미약한 존재들의 저항과 투쟁은 그들의 존엄을 회복rehabilitation하는 과정이자, 동시에 사랑과 공동체의 윤리를 실천하는 감동적인 몸부림이다. 아울러 그들의 투쟁은 그 승패와 상관없이 정화의 힘을 갖는 것이다. 곧 “열등감과 좌절, 무기력을 없애주고, 용기와 자존심을 되찾게”(프란츠 파농, 남경태 옮김,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해주는 기폭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작품을 저항, 사랑, 공동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읽어볼 것이다. 미리 밝히자면 이 글은 소설 작품 분석을 의도한 소설론이 아니다. 특정 소설을 빌미 삼아 다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정명중, <저항, 사랑, 공동체>,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74-75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74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