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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죽음에서 난사의 사상으로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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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전후 일본사회에서 순국론과 개죽음론은 절대로 함께 할 수 없는 정치적 입장으로 간주되었으며, 결국 양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실패했다. 무엇보다 육친을 잃은 유족들에게 있어, 육친의 죽음이 개죽음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이나 남양의 전장으로 간 병사들처럼 잔악과 폭력으로 점철된 전장을 경험하지 못한 채, 몇 개월의 비행 훈련을 거친 후 바로 죽음의 출격을 한 17-25세 젊은이들의 죽음을 이야기함에 있어, 개죽음론은 논리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다. 여기에는 개죽음이라는 단어 자체에 내포되어 있는 관습적인 의미장의 강력한 규정력도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중파戦中派로서, 지난 전쟁에서 함께 싸웠던 전우들의 죽음을 누구보다도 애석해했던 야스다 다케시安田武가 이들의 죽음은 개죽음이라고 말했을 때, 거기에는 “개죽음=무의미한 죽음”이라는 관습적 어법을 넘어서는 논리가 내포되어 있었다. 즉 “젊은이의 물리적인 죽음은 ‘죽은 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모두 헛된 개죽음이라는 것, 그리고 그 죽음은 영웅시할 수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다른 말로 하면 산 자의 평가를 넘어서는 것이자, 산 자가 이를 평가하는 것은 사자에 대한 모독”이라는 논리이다. 야스다의 개죽음론은 죽음을 산 자의 입장에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쟁체험의 허사를 배제하고, 체험 그 자체를 직시하며, 거기서 전쟁의 폭력을 다시금 파악하고자 하는 입장이었던 것이다(安田武, <<戦争体験>>). 나아가, 그의 논리는 아무 거리낌 없이 생산되는 산화의 논리를 거부하고, 병사 개개인이 어떻게 비참하게 죽어갔는가를 “리얼리스틱한 눈으로” 지켜보아야 한다고 역설했던 사상가 오다 마코토小田実의 <<「난사」의 사상(「難死」の思想)>>(1969)과도 연결된다. 다소 생경한 개념인 ‘난사’難死라는 말을 만들어내면서까지 오다가 그 죽음에 의미를 부여했던 이유는 산화로 강조되는 낭만주의에 대한 혐오가 자리하고 있었다. 전쟁 말기 오사카에서 소년시절을 보내면서 무수한 공습과 그로 인해 고통 속에 숨져갔던 사람들과 폐허를 목격했던(그리고, 그 폐허를 사유와 운동의 출발점으로 했던) 오다에게 난사는 바로 전쟁에 대한 실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산화’를 단지 그것만을, 순간적인 극한 상황에서 본다면, 그것은 단순한 미이자, 윤리의 반짝임에 불과하다. 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산만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단편소설적인 방법보다 장편소설의 방법을 취해 일상적인 긴 시간의 전개 속에서 보고 싶은 것이다. … 이 전개 속에서의 ‘난사’(難死)의 수를 증대시키고, 속도를 높이며 방향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것에 의해, 충돌, 교착의 기회를 일상적이고 끝없이 만들어내고 싶은 것이다(<<「難死」の思想>>, 1969). 패전에 대한 실감에서 낭만주의에 대해 리얼리스틱한 눈을, 그리고 산화에 대해 난사의 입장을 가질 것을 역설하는 이러한 오다의 사상에는 앞서 언급한 순국의 주창자, 나아가 1936년 육군 하급 장교들의 쿠데타인 2.26을 소재로 한 「우국」이라는 단편소설을 통해 산화의 미학을 뛰어나게 형상화한 미시마 유키오와의 대결의지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영진, <애국과 동아시아>,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307-309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30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