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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의 공동체’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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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의 근대 국가를 살펴보자.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근대 국가는 어떠한 역사적 과정에서 형성되었을까? 그런데 우리가 불가분의 관계이긴 하지만 국가 그 자체 보다 국가에 대한 사랑 즉 애국을 문제시하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이 물음을 다시 던질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어떠한 역사적 과정에서 근대 국가로서 표상되고 이해되었을까? 이 물음은 근대 국가를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정당한 물리적 강제력의 독점을 성공적으로 관철시킨 유일한 인간 공동체”라고 이해할 때, 무엇보다 ‘정당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근대 국가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정당한 것으로 표상하고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형성되고 존속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정당성이 국가에 대한 사랑을 꽃피우기 위한 씨앗이라는 점이다. 사실 오늘날 국가는 국민이라는 공동체가 가지는 정치기구로 이해되고 있다. 국민공동체가 스스로를 방위하거나 내부 질서를 지키기 위해 설립한 정치기구를 곧 국가로 간주한다. 더욱이 대한민국과 같이 현재의 국민 공동체가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며 존재해온 실체로 간주되는 경우 더욱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사고 덕분에 국민국가가 생기기 이전의 국민적이지 않은 전근대 국가에까지 ‘공동체가 가지는 정치기구’라는 규정을 적용해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의 성립 기반은 대부분 공동체나 주민 전체의 의지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의 성립은 어디까지나 보다 강한 폭력을 조직화한 하나의 행위주체가 다른 주민을 지배하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국민공동체라는 허구적 상상을 발명한 것이다. 국민이 마치 자연스러운 존재로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사람들을 국민으로 만드는 언설이나 표상과 같은 다양한 장치가 근대를 거치며 정비되어왔기 때문이다.(카야노 도시히토, 김은주 옮김, <<국가란 무엇인가>>) 실제 비교적 최근의 역사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국민이란 역사를 초월해서 존속해 왔던 실체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근대를 거치며 서서히 제도화되어 온 “상상의 공동체”(베네딕트 앤더슨, 윤형숙 옮김, <<상상의 공동체>>)이다. 또 그 공동체를 떠받치는 문화적 동일성도 근대 이후에 재구성되었던 만들어진 전통”(에릭 홉 스봄, 박지향·장문석 옮김, <<만들어진 전통>>)에 불과하다. 이처럼 근대 국가는 독점적 폭력 행사의 주체와 대상이 불일치하는 인간 공동체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리고 양자 간의 불일치와 이질감을 국민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통해 화해시키고, 공동체를 정당하게 대표하는 것으로서 국가를 의미화 하는 과정에서 발전해왔다. 요컨대, 국민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와 그 정당한 대표로서의 국가의 의미화 없이는 근대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 우리는 한번쯤 올림픽 경기에서 국가대표팀이 승리했을 때, 무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북받쳐 가슴 뭉클해지는 경험을 갖고 있다. 이 역시 단순한 국가에 대한 충성이라기보다 나와 결합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얽힌 결과이다. 즉 내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그것을 대표하는 국가에 대한 사랑으로 전이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애국은 바로 이 땅에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애정과 결속감이라는 정서와 긴밀하게 얽혀있으며, 국가는 그런 정서에 기초해서 스스로의 존재 가치와 정당성을 의미화 한다.  
 
김봉국·오창환, <근대 국가와 사랑>,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280-281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280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