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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국가의 충분조건, 사랑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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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물리력을 통한 공포정치로는 외면적 지배와 통제는 가능하겠지만, 말하자면 인민을 신민으로 만들 수 있겠으나 그들을 온전한 근대 국가의 주인, 주권자의 한 사람, 곧 시민이 되게 하진 못 한다. 이렇듯 외면적 한계에 봉착한 제도적 국가는 인민들의 내면을 사로잡아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가 독점한 폭력은 인민으로부터 양도된 것이 아니라 빌려온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인민들은 자기됨의 근거(주체성)로부터 빌려준 자기 몫을 달라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내면적인,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내는 일은 지배에 필수적이다. 더군다나 근대적 지배는 자기 지배, 곧 인민의 자발성에 바탕을 둔 지배이다. 푸코의 표현을 빌려, 규율권력의 내면화를 위해서는 인민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로 이러한 역할을 떠맡는 것이 바로 사랑, 곧 애국이라는 정서이다. 애국 담론을 통해 국가기구는 국민과 일체화되고 또한 자기를 이 땅, 그리고 민족과 동일시한다. 원칙적으로는 동일시가 아니라 대표하고 대의해야 마땅하지만 그럴 경우 국가와 국민, 국가와 민족, 국가와 영토 사이의 틈이 메워지지 않는다. 두 항이 서로 치환가능해질 때에야 애국은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인민의 내면에 스며들 수 있다. 동일시는 원본과 사본을 등치시킨다. 이에 따라 사본은 원본의 행세를 하고 원본을 향한 사랑을 탈취한다. 이러한 사랑의 탈취가 가장 성공적으로 기능하는 시공간이 전장이다. 전장에 나서는 젊은이의 마음은 자기 가족과 친지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때 사실 애국은 수단이고 사적 사랑이 목적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실정국가는 자기 자신을 부모, 형제와 동일시하며 사랑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한다.  
 
김봉국·오창환, <근대 국가와 사랑>,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279-280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27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