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상비군’, ‘관료제’, ‘조세제도’는 제도로서의 근대 국가가 유지되기 위한 수단들이다. 상비군과 경찰력을 통해 국가는 일국 내의 폭력을 독점하고, 관료제를 통해 전국적인 행정력을 장악하며, 이 두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물적 토대를 조세(부과)의 독점권을 통해 조달한다(김기봉, 앞의 글).
이 세 가지 특징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근대 국가를 하나인 전체 또는 “집합단수”로서 실제로 성립시키는 필요조건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첫 번째 특징이다. 사회학자 베버는 바로 이것에 주목하여 근대 국가를 “정당한 물리적 강제력의 독점을 (성공적으로) 관철시킨 유일한 인간 공동체”라고 정의한 바 있다(<<직업으로서의 정치>>). 그에 따르면 이 폭력의 독점을 통한 무소불위의 권력 획득이 국가 성립의 필수조건이다. 이것에 비하면 다른 특징들은 부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