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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란한 가족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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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기 36년 간의 일제강점기와 이어지는 6·25전쟁 등으로 우리 민족의 삶은 지난하기 그지없었다. 전쟁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이산가족도 있었지만, 좌우익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해 헤어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외에도 여타의 이유로 함께 할 수 없는 아픔 속에 갈망하는 사랑의 감성은 그림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쟁으로 인한 이산의 아픔 속에서 피어난 애절한 사랑은 이중섭(1916~1956) 작품의 주요 주제였다. 이중섭은 전쟁이라는 불가항력의 힘에 의해 가족과 헤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을 몹시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으며, 짧은 생애 동안 상실된 가족을 찾기 위해 애쓰다 쓰러졌다. 가족과 만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 때문이기도 하였겠지만 이중섭의 가족에 대한 사랑은 유별났고, 그러한 사랑의 감성은 오고간 편지와 그림 속에 오롯이 담겨있다. 엽서에 그린 <길 떠나는 가족>은 이중섭이 가족을 소달구지에 태우고 스스로 앞장서서 이중섭, <길 떠나는 가족>, 1954. 소를 끌고 길을 떠나는 그림이다. 그는 가족의 재회, 생활의 안정을 희구하는 소망을 이와 같이 표현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그려진 꽃과 새는 가족의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며, 수레를 끄는 온순하면서도 충직한 성품의 황소는 그러한 성품의 자신을 상징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에 그는 같은 주제를 유화 작품으로도 여러 점 제작하였다. 이중섭, <부부>, 1953. 아내와의 사랑이 남달랐던 이중섭은 암탉과 수탉이 마치 손을 잡고 춤을 추듯 서로 두 날개를 맞대고 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였다. 한 마리는 벼슬이 빨간 수탉이고, 다른 한 마리는 암탉이다. 두 마리 닭이 부리를 맞대고 있어 마치 두 사람이 입맞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과 부인 남덕과의 사랑을 닭의 입맞춤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 <부부>를 그린 1953년에 부인 남덕은 생활고로 아들 둘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결과적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별이었기에 둘의 사랑은 더욱 절절하였다. 이중섭의 수많은 가족그림들은 그렇게도 그리워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했던 가족에 대한 애달픈 몸부림의 표현이었다. 장욱진, <가로수>, 1978. 단란한 가족에 대한 열망은 장욱진(1918~1990)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장욱진도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져 있었고, 또 자식을 잃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가족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었다. 장욱진하면 나무와 집, 가족이 조그맣게 요약된 형태로 등장하는 소박한 그림들이 떠오른다. 그는 전쟁으로 인해 상실되고 해체된 가족의 모습을 부모와 자녀들로 구성된 단란한 이미지만으로 표현하였다. 마치 시인이 절제된 언어로 노래하듯, 장욱진의 그림은 선이나 색이 극도로 절제되어 작은 화면에 담겨 있다. <가로수>에서 그는 가족을 이끌고 앞장서 가는 의기양양한 가장의 모습으로 자신을 그리고 있다. 가장으로서 가족부양에는 거의 무심했던 그였지만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목도하였던 가족의 해체는 그에게 더욱 단단하고 안전한 집에 모여 사는 가족을 그리게 했던 것 같다. 천경자, <목화밭에서-어느 좋은 날>, 1954. 이중섭, 장욱진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천경자(1924~) 또한 단란한 가족을 염원하는 여러 그림을 남겼다. 그 중 여성작가로서 행복한 한 때를 그린 작품이 <목화밭에서-어느 좋은 날>이다. 뭉게구름이 떠가는 파란 하늘 아래 목화 꽃이 핀 들판을 배경으로 흰 윗도리에 반바지를 입은 한 남성이 누워있다. 옆에는 아기를 안은 여인이 그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가족화이다. 편안하게 누운 남편과 젖을 물린 아내의 모습은 아직 피어있는 꽃과 반쯤 벙근 목화와 어울려 밝고 지극히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러나 그림 속의 평온한 가정이 그에게 온전하게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천경자는 딸 하나를 키우며 홀로 살고 있던 1946년 자신의 개인전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그러나 그는 이미 처자가 있는 몸이어서 천경자와는 정식으로 혼인해서 가정을 꾸릴 형편은 못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만남은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으며 광주에서 서울을 오가는 불안정한 동거생활로 지속되었다. 이로 인해 천경자는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실제 마음은 편치 않았고 배신과 가난에 시달린 동거생활이었지만 작가에게 있어서 그 순간순간은 꿈같은 장면이었다. 그러한 순간을 그는 결혼하는 신랑신부를 그린 <환歡>(1962), 꽃이 활짝 피어 있고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이 놓인 정원에서 담소를 나누는 두 사람을 그린 <두 사람>(1962), <전설>(1959), <시장>(1964) 등 여러 작품들에 환상적으로 표현하였다. 새롭게 느낀 가족에 대한 소중함은 남기도 싶은 현실을 그리게도 하였지만 바라고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게도 했다. 그래서 그림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꿈과 이상이 되기도 한다.  
 
이선옥, <그림 속 사랑 풍경>,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59-162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59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