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행복한 가족의 표상

애(愛)
긍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근대기에는 전통적 가족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소가족주의가 사회의 문명화에 적합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이와 연관되어 가족이 애정의 단위로 규정되었으며, 부모에 대한 효도보다는 부부관계, 자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가족관은 전통 가족개념과 혼재하면서 서로 상충되는 면도 있었다. 가정이란 부모, 자녀, 부부가 있어 생활의 안락을 누리는 곳이자 부부가 그 중심의 지위에서 가정을 꾸리는 곳으로 이해되었다. 동시에 위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아래로는 아이들을 잘 건사하는 것을 가치로 삼았다. 이러한 변화된 사회 속에서 제작된 그림속의 가족은 모순된 가족 구조와 인식을 고스란히 노정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형태와 근대적 핵가족이 함께 표현되어 있고 또 부부 상호간의 관계나 위상도 여러 층위이다. 또한 사진기술이 들어오면서 가족사진이 만들어짐에 따라 이전에는 없던 가족그림도 차츰 증가되었다. 배운성, <가족도>, 1930~1935. 대가족 구성원 전체를 자연스럽게 그린 그림이 배운성(1900~1978)의 <가족도>이다. 널찍한 집 안에 가장 연장자인 할머니를 중심으로 온 가족이 모여 있는 모습이다. 17명이나 되는 대가족은 조부모를 중심으로 부모, 자녀로 이어지는 가족 간의 위계질서가 강조된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가족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이 작품은 사실은 화가 배운성이 독일 유학시절 각 인물들의 개별 사진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구성하여 그린 것이다. 타국에서 홀로 외롭게 생활하면서 고국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이 가족도로 완성한 것이다. 고향의 온 가족이 그리워 모두 그려보고 싶기도 했겠지만, 새로운 시대 선구적 지식인이었던 그였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대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식했었던 면도 엿볼 수 있다. 이후 일반적인 가족그림은 소단위 가족 간의 단란한 모습이 많아졌다. 부부와 자녀중심의 애정 넘치는 ‘가정’이라는 서구화된 가족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면서 새로운 가족의 이상인 단란한 핵가족이 그려진 것이다. 김은호, <화기>, 1960년대 김은호(1892~1979)의 <화기>는 제목 그대로 화기애애한 집안 분위기를 그리고 있다. 하모니카를 부는 아들과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딸, 그리고 이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엄마는 이 가정의 행복을 이루는 근원이다. 이들이 있어 아버지는 일터에서 편안히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화기>에서 그리고 있는 아들딸 하나씩으로 이루어진 단출한 가족은 아울러 1960년대 한국 가정이 이상으로 추구한 핵가족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데 근대화된 핵가족을 그리고 있음에도 엄마는 여전히 한복을 입고 곱게 머리를 빗어 넘긴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져 있다. 전통적인 여성으로서의 역할은 남동생과 달리 한복을 입은 딸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구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전통과 현대의 혼재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만익, <가족>, 1995. 가족의 단란함은 부부의 모습으로도 그려졌다. 이만익(1938~2012)의 <가족>은 무성한 복숭아나무 아래 다소곳이 앉아 있는 남녀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는 줄곧 신화나 설화의 한 대목이 연상되는 구성을 단순화된 선묘와 선명한 색채로 그렸다. ‘가족’이라는 제목처럼 그림 속의 남녀는 젊은 부부일수도 있고 또 오누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산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복숭아나무가 배경에 있어 남녀의 조화로운 결합인 부부의 사랑을 그린 것으로 생각된다. 마치 오누이 같은 부부는 어쩌면 현대인이 꿈꾸는 동화 속 주인공일 수도 있다.  
 
이선옥, <그림 속 사랑 풍경>,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56-159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56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