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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과 사랑의 신체관련성

애(愛)
긍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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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특수한 감성적 범주로 다루어질 때는 음악과 차이점을 보이는 것 같지만, ‘음악’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전제하면 이조차도 닮아 있다. 19세기 후반 서양의 ‘뮤직music’이 일본식 번역어 ‘음악音樂’으로 옮겨지기 이전까지 한자문화권에서 음악에 대한 대표 개념으로 쓰인 것은 ‘악樂’이었다. 이 ‘악’은 ‘낙’으로도 발음되면서 특정한 감정적 내지는 감성적 범주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으며, 지금도 그렇게 쓰이고 있다. 사랑과 음악이 신체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생물학적 반응이나 특수한 감정 상태와 긴밀하게 관계를 맺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후자가 곧 전자는 아니다. 사랑이 곧 (사랑에 대한 유사과학적 논의들이 오도하는 것처럼) 체내의 호르몬 작용은 아니며, 음악이 (전통적 맥락에서 ‘낙’이라 불릴 수 있다 해도) 곧 즐거움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음악과 사랑이 모두 신체 작용에 바탕을 둔 감정적·감성적 기초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아가페적인 인류애를 강조한다거나 ‘국경 없는 언어’로서의 음악의 기능을 앞세울 때처럼 사랑과 음악이 자주 보편적 차원에서 의미화되는 것도 이렇듯 신체와 맺는 긴밀한 연관성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신체라는 공통 지반에 근거하여 사랑과 음악의 보편적 의미를 저울질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가페적 사랑이나 보편언어로서의 음악에 대한 생각은 사랑과 음악을 현실이 허락하는 수준 이상으로 추상화함으로써 그 둘의 신체관련성을 오히려 은폐하는 면이 있다. 사랑의 신체관련성은 성애性愛의 차원, 즉 섹슈얼리티의 차원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한편 음악의 거의 모든 요소(특히 리듬)가 촉발하는 신체 반응의 메커니즘이 있으며, 이 또한 섹슈얼리티의 차원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섹슈얼리티에 수반되는 쾌락과 욕망의 추구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민주화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과 음악 모두를 교환가치와 물신주의의 마력에 빠져들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최유준, <음악하기와 사랑하기>,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187-188쪽.  
한순미 외저, <<우리시대의 사랑>>, 감성총서 9. 전남대학교 출판부, 2014.  
  [감성총서 제9권] 우리시대의 사랑, 187페이지    E-BOO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