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의 <가족>은 마치 시인이 절제된 언어로 노래하듯 선이나 색을 극도로 절제하여 작은 화면에 담담하고 조그맣게 요약된 형태로 등장한다. 그는 한국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져 있었고, 자식을 잃기도 하였기 때문인지 유난히 가족에 대한 사랑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전쟁으로 인해 상실되고 해체된 가족의 모습을 그리기 보다는 ‘부모와 자녀’들로 구성된 단란한 가족 이미지만을 표현하였다. 가장으로서 가족부양에는 거의 무심했던 그였지만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목도하였던 가족의 해체는 그에게 더욱 단단하고 안전한 집에 모여 사는 가족을 그리게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