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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애(愛)
부정적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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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시적 화자는 자신이 ‘질투’ 속에서 살아 왔음을 반성하고 있다. 즉, 자신은 오직 남과 견주어 비교했던 질투뿐인 삶을 살았던 것이다. 더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 ‘마음의 공장’을 세우고 ‘사랑을 찾아 헤매’기에 바빠 정작 스스로는 사랑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또한, 찾아 헤맸던 사랑조차도 질투로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탄식의 반성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질투에 눈이 멀어 자신의 행동과 삶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괴로워하고 있다.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91.  
국원호, 「기형도 시의 욕망과 미시 정치학」, 『한민족문화연구』 제37집, 한민족문화학회, 2011.
권혁웅, 「기형도 시의 주체 연구」, 『한국문예비평연구』 제34집,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