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DB에서 검색하고자 하는 내용을 입력하고 를 클릭하십시요.


   빈집 - 기형도

애(愛)
부정적 감성
문헌자료

   내용보기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엷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빈집’은 사랑을 잃어버리고 텅 비어있는 화자의 마음과 같은 공간이다. 사랑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자신이 그것을 상실하게 되었을 때, 장님과 같은 처지와 다를 바 없게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정을 품었으나 더이상 그것이 ‘내 것’으로 남지 못한 현실을 나타내는 것이다. 결국, 사랑을 잃어버리고 ‘문을 잠그는’ 시적 화자의 행위는 가엾고 쓸쓸하다. 자신이 외부에 있고 사랑을 ‘빈 집’에 가둔 행위는 결과적으로 감정이 해소된 것이 아니라 다만, 홀로 삭이는 행위에 가깝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1991. 
국원호, 「기형도 시의 욕망과 미시 정치학」, 『한민족문화연구』 제37집, 한민족문화학회, 2011.
권혁웅, 「기형도 시의 주체 연구」, 『한국문예비평연구』 제34집,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