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하기 때문에 사랑의 감정까지 버리고 살아야 하는 도시 젊은이의 삶을 평범한 시어와 시 형식을 통해 노래하고 있다. 특히, ‘가난’과 ‘사랑’의 대립이 감정적인 슬픔을 더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현실에 막힌 슬픔을 시로 노래하는 것은 가난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그 감정까지 버림으로서 비극적이다. 자신의 가난함을 내세워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워야하는 ‘부정적’인 상황인 것이다.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실천문학사, 2013.
이영광, 「가난의 심층적 의미 : 『가난한 사랑노래』의 해석과 교수에 대한 연구」, 『국제어문』 제40집, 1998.